0. 들어가며
테크 블로그 리뉴얼 전후 스크린샷
데이블의 테크 블로그에는 2019년부터 쌓여온 많은 포스트가 있습니다. 테크 블로그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며 정성스럽게 작성된 포스트들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방법을 디자이너 관점에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포스트마다 썸네일이 있다면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논의가 있어, 블로그 글들에 어울리는 썸네일 컨셉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리뉴얼 당시 51개 포스트에 알맞은 썸네일을 하나씩 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신 글에만 썸네일을 만들거나 포스트 내 대표 이미지를 단순히 선정하는 방식은 브랜딩 차원에서 일관성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고민 끝에 찾은 해결책은 테크 블로그의 정체성에 걸맞게 이미지를 만들 때도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확용하는 것인데요. 테크 블로그가 기술을 다루는 공간인 만큼, 디자인 제작에 AI 기술을 활용한다면 블로그의 취지와 컨셉에 부합하면서도 디자인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어도비 Firefly 웹페이지 스크린샷
방식을 정한 후에는 어떤 AI 서비스를 활용할지 선택해야 했고, 먼저 어도비 Firefly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기존 어도비 제품군 사용자라면 매달 충분한 크레딧을 받아 추가 비용 없이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또한, 웹 환경에서 즉시 작동하고, 레퍼런스 첨부 기능을 제공하며, 구도와 색감 측면에서 디자인 이해도가 높은 결과물을 생성한다는 점이 선택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1. 1차 제작 테스트 : 디자이너는 Adobe지! (Fire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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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 우리 아이가 뭘 잘하느냐면요…
우선 어도비 Firefly로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일관성 있게 얻을 수 있는 컨셉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AI가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영역을 탐색하며 컨셉 시안의 가짓수를 좁혀나간 뒤, 같은 컨셉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생성할 수 있는지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마치 새로운 악기를 배우듯 조금씩 Firefly와 호흡을 맞춰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진행했던 컨셉 테스트 일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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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너 우리 블로그 컨셉이 돼라!
Firefly가 잘 만드는 컨셉 중에서도 브랜드 톤과 어울리면서 동시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러 시도 끝에, 브랜드의 정체성과 시각적 매력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진행했던 컨셉 테스트 일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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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실전 적용, 본격적인 썸네일 만들기
이후 다음과 같이 작업하며 테크 블로그 썸네일 제작 플로우를 구축했습니다.
<제작 플로우>
1.
콘텐츠 분석: 새로운 블로그 글의 원고를 확인한 후 미리 만들어둔 GPT 챗봇에 내용을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정해진 형식으로 내용을 요약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와 프롬프트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2.
디자이너의 시선 더하기: 처음 AI 기반 썸네일 제작 플로우를 계획할 때는 요약과 시각적 키워드 도출만으로 원하는 퀄리티의 프롬프트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작업에서는 복잡한 컴퓨터 언어나 함수 관련 내용을 GPT가 시각화하는 데 한계를 보였고, 제안하는 아이디어도 종종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또한 이런 아이디어를 시각화할 때 AI가 잘하는 영역(사진, 실사)이 아닌 고도의 그래픽 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단순한 이미지 메타포로 풀어내는 접근법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퀄리티 높은 디자인을 만들 뿐만 아니라 후가공을 위한 변형도 용이했습니다. 특히 풍경이 아닌 경우, 개별 오브젝트를 각각 생성해 편집하는 방식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3.
후처리의 마법: 보정과 합성 등 추가 작업을 통해 톤을 일관되게 맞추고 결과물의 퀄리티를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4.
피드백과 완성: 최종 시안을 만든 후 원고 작성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썸네일 제작을 완료합니다.
*이미지 : 25-1Q 회고 슬라이드 중 일부 페이지 (1)
2. 2차 제작 테스트 : Google이 요즘 좀 치던데? (ImageFX와 Whisk)
썸네일 제작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오르던 연초, 사내 이벤트를 위한 그래픽 작업 중 시험 삼아 사용해본 구글의 ImageFX가 기존 Firefly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Image FX
파이어플라이와 이미지 FX 결과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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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이해도와 그래픽 묘사력이 탁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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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에 가까운 결과물을 선사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AI스러운' 이미지가 아닌, 마치 실제 사진을 찍은 듯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브랜딩 소재로서의 가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브랜딩 소재로는 실사 느낌의 이미지 생성 서비스가 더 적합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Whisk 웹페이지 스크린샷
이후 구글이 Whisk라는 서비스를 추가로 선보이며 Image FX의 장점을 기반으로 더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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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레퍼런스뿐 아니라 장면과 피사체 레퍼런스까지 추가할 수 있어 원하는 분위기를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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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생성과 함께 제작에 쓰인 프롬프트를 함께 제공하여 AI가 프롬프트와 레퍼런스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매력적인 장점들로 덕분에 Firefly를 계속 사용할 이유가 희미해졌고, 새로운 서비스로의 전환을 위해 2차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2차 테스트에서 만난 작은 장벽들
물론 Image FX와 Whisk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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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다 보니 마치 정해진 색상 팔레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SF 영화에 등장할 법한 오브젝트를 요청할 때 더욱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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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 제작을 추구하는 탓에, 매우 드라마틱한 구도와 디자인적 감성이 느껴지는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들이 Firefly의 자리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는 ImageFX를 통해 테크 블로그 썸네일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3. 결론: 브랜딩의 영역에서 AI는 무슨 역할을 하나요?
*이미지 : 25-1Q 회고 슬라이드 중 일부 페이지 (2)
여러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로 브랜딩 에셋을 제작해보니, AI 서비스마다 고유한 화풍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 화제가 된 챗GPT의 이미지 젠이 나타난 이후로는 (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챗GPT의 업데이트 이전에 작성되었습니다) 그런 화풍이 훨씬 옅어지고 원하는 컨셉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원하는 분위기와 컨셉을 함께 지정해주지 않으면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에 충분하지 않은 결과물을 얻게 됩니다.
또한 원하는 컨셉의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미세하게 레이아웃이나 여백 등을 조절하기 위해 추가적인 요청을 보내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퀄리티나 일관성이 떨어질 때도 빈번했습니다.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디자인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써야 효율적인지에 대한 제 생각도 뚜렷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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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오브젝트를 만들 거라, 나는 편집을 할 테니 : 브랜딩 작업에서는 아무리 퀄리티가 높아도 세밀하게 제어하기 어려우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에 필요한 여러 오브젝트를 AI로 만들고 이후 보정과 합성 과정을 통해 AI가 제공하는 결과물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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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님, 이런 느낌 말씀하시는 것 맞을까요? : 동시에 역설적으로, 세부적인 편집이 필요 없고 단순히 컨셉만 확인하는 경우에는 찾아둔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간단한 컨셉 이미지를 만드는 데 AI가 효과적이라는 사실 역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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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 서비스의 매력: 꾸준한 실험을 통해 프롬프트 제어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Whisk나 Firefly처럼 레퍼런스 이미지를 첨부해 시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서비스를 찾는다면, 작업 효율성을 더 올려줄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 25-1Q 회고 슬라이드 중 일부 페이지 (3)
AI 이미지 생성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브랜딩 작업에서는 여전히 디자이너의 시선과 판단이 중요합니다. 그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한계를 미리 규정하기보다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하며 디자인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매일매일 탐색하고 있습니다.
데이블에서는 앞으로도 기술과 사람의 역량을 적절히 분배해 활용하며 상황에 알맞은 접근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진행될 이미지 실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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